AI가 HBM·GPU로 진화했듯, 블록체인도 State Tree·NewVM으로 간다
핵심 요약 3가지
- AI가 HBM과 GPU 전환을 통해 기존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듯, 이더리움도 State Tree 개편(EIP‑7864)과 VM 전환(EVM → RISC‑V)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변곡점에 직면해 있다.
- EIP‑7864는 데이터 접근 병목을 해결하고 ZK proving 비용을 3~100배 절감할 수 있는 핵심 변화로, 이더리움의 상태 데이터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제안이다.
- EVM은 ZK 시대에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RISC‑V 기반 NewVM은 장기적으로 필수적인 진화 경로로 평가되며 온체인 금융·ZK·L2 환경에 맞는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
20초 쇼츠 영상
AI 시대, 이더리움이 준비해야 할 두 가지 구조적 변화
AI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두 가지 구조적 변화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첫째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도입한 것이고, 둘째는 기존 CPU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연산을 해결하기 위해 GPU 중심 구조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 두 변화는 AI가 “데이터 접근 속도”와 “실행 환경 효율성”이라는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구조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구조를 채택한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이더리움도 지금 AI가 겪었던 것과 매우 유사한 두 가지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State Tree 구조 변경(EIP‑7864)과 VM 변경(EVM → RISC‑V 기반 NewVM)입니다.
지난 글 「ETH는 왜 2028년에 다시 움직이는가: 온체인 금융·AI·RWA가 만든 구조적 임계점 분석」 에서 저는 이더리움이 다시 구조적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세 가지 임계점을 이야기했습니다.
토큰화된 미국 국채가 전체 국채의 1%에 도달하고,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M2의 1%에 도달하고,
Ethereum L2 정산 수수료가 TradFi 결제망의 1%에 도달하는 순간을 대비한다면,
이더리움의 State Tree 변경(EIP‑7864)과 VM 변경(EVM → RISC‑V)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1. AI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이더리움의 State Tree 개편(EIP‑7864)
AI 시대의 첫 번째 전환점은 “데이터 접근 속도가 병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거대한 모델을 돌리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연산력이 아니라, 메모리에서 파라미터를 얼마나 빨리 가져올 수 있는가였습니다.
HBM은 기존 DRAM보다 훨씬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고, GPU 바로 옆에 붙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최소화합니다. AI는 이 구조 덕분에 GPT‑4 같은 초대형 모델을 실용적인 속도로 돌릴 수 있게 되었고, “연산력 중심”에서 “데이터 접근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했습니다.
이더리움도 비슷한 지점에 와 있습니다. 현재 상태 트리는 hexary MPT + keccak 구조를 쓰고 있지만, ZK proving, 클라이언트 검증, 스토리지 접근 속도 측면에서 이미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EIP‑7864는 이 구조를 이진 트리 + 더 빠른 해시 함수(blake3 또는 Poseidon)로 바꾸는 제안입니다. 이를 통해:
- Merkle branch 길이가 약 4배 단축되고,
- ZK proving 비용이 3~100배 절감될 수 있으며,
- 스토리지를 “페이지” 단위로 묶어 대량 데이터 접근을 최적화하고,
- 클라이언트 측 검증과 ZK 앱이 이더리움 상태를 직접 증명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AI가 HBM으로 메모리 구조 자체를 바꿨듯, 이더리움도 EIP‑7864를 통해 State Tree라는 데이터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2. ZK 증명서 발급·검증 관점에서 본 EVM의 비효율성
ZK 기술을 이해하려면 “증명서 발급(proving)”과 “증명서 검증(verification)”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ZK 롤업에서 L2는 자신이 처리한 모든 트랜잭션을 하나의 ZK 증명서로 압축해 L1에 제출하고, L1은 그 증명서가 올바른지만 빠르게 확인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증명서 검증은 매우 빠르지만, 증명서 발급은 VM 구조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EVM은 이 “증명서 발급” 단계에서 구조적 비효율을 드러냅니다.
① ZK 증명서 발급이 어려운 이유: EVM은 회로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
ZK prover는 EVM이 실행한 모든 연산을 수학적 회로로 변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EVM은 스택 기반 구조, 다양한 opcode, 비ZK‑친화적 해시 함수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회로가 불필요하게 커지고 proving 시간이 크게 증가합니다.
- 스택 기반 구조: push/pop이 많아 회로가 복잡해짐
- 140개 이상의 opcode: 각 opcode마다 다른 규칙을 회로로 구현해야 함
- 비ZK‑친화적 해시 함수: keccak은 회로 비용이 매우 큼
- 불규칙한 메모리 접근: 회로 최적화가 어려움
예를 들어, L2가 1,000,000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했다고 가정하면, ZK prover는 이 모든 EVM 연산을 거대한 회로로 변환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L2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현재 ZK 롤업이 느리고 비싼 이유이기도 합니다.
② 반면 L1의 증명서 검증은 매우 빠르다
ZK의 장점은 검증 비용이 매우 작다는 점입니다. L2가 1,000건을 처리하든 1,000,000건을 처리하든, L1은 단지 “이 증명서가 맞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즉, L2가 많아져도 L1의 부담은 거의 증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L1이 아니라, L2가 EVM 실행을 증명하는 과정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ZK 롤업의 proving 비용이 높고, L2 수수료가 쉽게 낮아지지 않습니다.
③ 클라이언트 측 proving이 어려운 이유
장기적으로는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 상태나 특정 트랜잭션 실행을 직접 ZK로 증명하는 “클라이언트 측 proving” 모델이 중요해집니다. 하지만 EVM은 구조가 복잡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단말기에서 가벼운 ZK 증명을 생성하기 어렵습니다.
- opcode가 많아 회로가 무거움
- 메모리 모델이 복잡해 최적화가 어려움
- 스택 기반 구조가 ZK 회로와 잘 맞지 않음
즉, EVM은 ZK 시대에 필요한 “가볍고 단순한 VM”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비탈릭은 RISC‑V 기반 NewVM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는 ZK‑friendly한 구조를 통해 proving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3. AI의 CPU → GPU 전환과 이더리움의 EVM → RISC‑V 전환
AI가 CPU에서 GPU로 전환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존 실행 환경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연산 요구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CPU는 직렬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AI는 대규모 병렬 연산을 필요로 했고, 결국 수천 개의 코어로 병렬 연산을 수행하는 GPU가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더리움의 VM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VM은 2015년 설계된 범용 VM으로, 오늘날의 온체인 금융·ZK·L2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실행 효율과 구조적 단순성 측면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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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효율의 한계
EVM은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어려워, 암호학·해시·서명 검증 등을 위해 별도의 precompile 모듈에 의존합니다. 이는 VM 자체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프로토콜 복잡성을 높입니다. -
구조적 복잡성
다양한 opcode, 스택 기반 구조, 예외 규칙 등이 누적되면서 VM이 점점 무거워지고 유지보수 난이도가 증가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L1·L2·클라이언트 모두에게 부담이 됩니다. -
ZK 시대와의 부조화
(자세한 내용은 2번에서 설명했듯) EVM은 ZK-friendly하지 않아 L2 proving 비용을 낮추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즉, ZK 롤업 시대에 적합한 VM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비탈릭은 RISC‑V 기반 NewVM을 제안합니다. RISC‑V는 단순한 명령 집합과 규칙 기반 구조를 갖고 있어, EVM보다 훨씬 가볍고 예측 가능하며, ZK prover와도 자연스럽게 호환됩니다.
- 단순한 명령 집합으로 VM 구현이 쉬움
- ZK 회로 크기를 크게 줄여 proving 비용 절감
- 대부분의 precompile을 NewVM 코드로 대체 가능
- 장기적으로 더 깨끗하고 유지보수 가능한 프로토콜 구조 제공
AI가 CPU에서 GPU로 넘어가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듯, 이더리움도 EVM에서 RISC‑V 기반 VM으로 전환하는 것이 온체인 금융·ZK·L2 시대에 요구되는 자연스러운 진화 방향으로 보입니다.
맺음말: AI는 이미 도착했고, 이더리움은 아직 길 위에 있다
AI는 중앙집중형 환경 덕분에 HBM, GPU, 대규모 병렬 컴퓨팅 같은 구조적 변화를 비교적 빠르게 도입하며 이미 새로운 시대에 안착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은 전 세계 노드 간 합의, 탈중앙화, 보안, 호환성이라는 훨씬 더 까다로운 제약 속에서 같은 수준의 구조적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속도는 느리고, 과정은 복잡하며,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큰화 미국 국채가 전체의 1%,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M2의 1%, Ethereum L2 정산 수수료가 TradFi 결제망의 1%에 도달하는 순간을 진지하게 대비한다면, State Tree 변경(EIP‑7864)과 VM 변경(EVM → RISC‑V)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AI가 이미 보여준 것처럼, 데이터 구조와 실행 환경을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는 쪽에 더 큰 기회가 있습니다. 이더리움이 그 길을 얼마나 잘,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걸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시점입니다.
정윤찬 (Younchan Jung)
AI, 블록체인, 온체인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탐구하는 리서처.
This article is also available in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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